학려화정이라는 작품을 가장 먼저 접한건 아무래도 드라마였다. 다만 중드가 편수가 많고 워낙 작품의 퀄이 퐁당퐁당 수준이라 영상미가 아름답다라는 평을 봤음에도 주저하고 드라마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었다. 게다가 매 회마다 남자주인공이 운다는 평도 마음에 조금 걸리기도 했고.....(유치 뽕짝한 드라마보단 이런 어두운 느낌의 드라마를 더 좋아하긴 하지만) 어쨌든 그렇게 고민하다가 보게된 학려화정 원작 소설 나는 조금 더 로맨스부분인 면이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로맨스는 많지 않고 황위라는 자리를 두고 싸우는 태자와 황제의 이야기를 담은 정치소설같은 느낌이 더 강했다. 분명 원래 정궁인 황후의 아들이고 현재 태자라는 자리에 있지만, 원래 후궁이었던 계황후가 자신의 어머니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그녀에겐 황제의 첫아들인 소정당과 또다른 아들인 소정해가 있다. 태자에 든든한 외가가 있지만 그 외가로 인해 황권의 위협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황제 때문에 늘 자신을 굽히고 늘 죄를 구하고, 조정에서도 자신의 의견이 있지만 눈치를 보며 의견을 낸다. 또 늘 자신을 형식적으로 대한다고 못마땅해하는 황제에게 늘 거리를 두고 단정하고 격식을 차리는 모습을 보이는데, 툭하면 화를 내는 황제를 보면 그러는 태자의 행동이 이해가 간다. 어떠한 이유에선지 소설에서 초반에 등장하지 않지만 아보라는 이름으로 태자에게 접근한 여자주인공인 육문석도 남자주인공 못지 않게 불쌍한 인생을 살고 있음을 볼수 있다.
그에게 마음이 끌리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온전히 마음을 다 줄수도 없고, 그렇다고 남자주인공을 아주 이용하지도 못하는 모습이 너무 슬펐다. 다른 중국 궁중 암투극에서는 처음엔 이런 여주인공의 모습에서 후반부엔 자신을 장기말로 쓴 사람에게도 복수하고, 자신의 원수에게도 복수하고, 사랑도 찾지만, 이 소설에서는 복수를 한듯 하면서도 사이다 같은 복수를 하지 못하고 사랑하는 사람과도 오래하지 못하고, 둘 사이에 아이가 생겼음에도 알리지 못한다. 남자 주인공도 계속 다른 왕자들에게 당하다가 기회를 얻어 첫째 왕자도 자기 꾀에 넘어가게 만들고 소정해도 결국 마지막은 좋지 않지만 소정권의 마지막도 너무 슬펐다. 마지막에 자신의 사촌형의 도움을 받아서 반란을 일으킬 수도 있지만, 그런 기회를 얻었음에도 실행하지 않고 죄를 뒤집어쓰며 죽음을 택하는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다. 그에게 조금만 더 자신감이 있었더라도, 아니면 육문석에게 아이가 생겼다는걸 알았더라면, 그래도 원래 자신의 자리를 되찾기 위해, 자신이 생각했던 나라를 만들기 위해 죽음이라는 선택대신 반란을 일으켜 황위를 가질 수도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황제도 그렇게 태자를 견제하다가 국경을 지키던 장수도 잃고, 자신의 아들들도 계속 잃어가는 것을 보면서, 결국 저 황위엔 누가 앉을 수 있을것인가, 그렇게 다 쳐버리고 남은 아들들 중에 그 자리에 앉아 외척에 휘둘리지 않고 황권을 지킬수 있는 아들이 누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말이 가슴이 먹먹해졌다. 드라마에서도 황제역과 태자역할을 맡은 배우가 연기를 그렇게 잘했다던데, 여유가 생기면 큰맘먹고 정주행 시작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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